청주공항에서 히로시마까지, 혼자 떠난 4박 5일 여행

여행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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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혼자 히로시마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한 소도시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한 분위기의 도시였습니다. 화려하게 정신없는 여행이라기보다, 천천히 걷고, 생각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쉬어가는 여행에 가까웠습니다.

■ 첫날, 본격적인 히로시마 여행의 시작

히로시마역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생각보다 도시가 차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복잡한 관광지 특유의 정신없음보다는, 사람들이 자기 속도로 살아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주변을 천천히 걸었는데, 낯선 도시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히로시마 거리

숙소 주변을 한참 걷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히로시마에 오면 가장 먼저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은 라멘이였는데요. 마침 골목 모퉁이에서 은은하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작은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히로시마의 돈코츠 라멘

문을 열고 들어가 주문한 메뉴는 진한 국물이 일품인 돈코츠 라멘이었습니다.

먼저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았는데, 오랫동안 푹 우려내어 깊고 구수한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면발은 얇으면서도 적당히 단단한 식감이 살아있어 진한 육수와 겉돌지 않고 잘 어우러졌습니다. 특히 부드러운 차슈와 톡 터지는 반숙 계란 고명까지 곁들이니,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역시 일본 여행의 첫 끼는 라멘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드는 완벽한 맛이었습니다.

히로시마에서의 첫 끼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밤공기는 생각보다 선선했고 거리의 조명들은 낮보다 더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라멘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서도 일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기 요리가 아른거렸습니다. 결국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곳에서 마주한 이 정갈한 한 상은 비주얼부터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는데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은 고기 한 점을 고추냉이와 곁들여 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들었습니다.첫날부터 맛있는 음식들을 연이어 만난 걸 보니, 이번 히로시마 여행은 시작부터 성공적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히로시마 여행 중 저녁으로 먹은 정갈한 스테이크

결국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곳에서 마주한 이 정갈한 한 상은 비주얼부터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는데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은 고기 한 점을 고추냉이와 곁들여 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첫날부터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연이어 만난 걸 보니, 이번 히로시마 여행은 시작이 아주 좋습니다.

■ 둘째 날, 설레는 히로시마 여행의 아침을 열다

푹 자고 일어난 둘째 날 아침, 창문 너머로 비치는 히로시마의 햇살이 무척 맑았습니다. 낯선 침대였지만 여행이 주는 특유의 설렘 덕분인지 몸이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가볍게 세수를 하고 편한 옷차림으로 숙소를 나섰습니다. 아침 특유의 차분하고 한적한 거리 공기를 마시며, 오늘은 히로시마의 어떤 풍경들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감을 안고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역사의 현장, 원폭돔으로 향하는 길

숙소를 나와 맑은 아침 공기를 마시며 히로시마의 상징과도 같은 ‘원폭돔(Atomic Bomb Dome)’으로 향했습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조용한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저 멀리 교과서나 사진으로만 보던 독특한 돔 형태의 건축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히로시마 원폭돔 전경

석판에 새겨진 안내문을 천천히 읽어보았는데요. 이 등불은 지구상에서 모든 핵무기가 사라지는 날까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맑은 하늘 아래 조용히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인류의 아픈 역사와 평화에 대한 염원이 서린 깊은 공간에 와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원폭돔 바로 건너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잔잔하게 물결치는 ‘평화의 연못’과 그 끝에서 타오르고 있는 ‘평화의 등불’이 보였습니다. 석판에 새겨진 안내문을 천천히 읽어보았는데요. 이 등불은 지구상에서 모든 핵무기가 사라지는 날까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 히로시마에 왔다면 역시,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

평화기념공원을 모두 둘러보고 나니 묵직한 여운과 함께 기분 좋은 허기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히로시마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인데요. 우리가 흔히 아는 재료를 섞어 굽는 오사카식과 달리, 히로시마식은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리고 볶은 면(소바나 우동)을 함께 조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활기찬 철판 앞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니, 눈앞에서 화려하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완성되어 나온 오코노미야키는 아삭한 양배추의 식감과 고소한 면발, 그리고 달콤 짭조름한 소스의 조화가 완벽했습니다.

맛있는 음식들과 함께 곁들일 오늘의 진짜 주인공, 일본 전통 사케도 한 잔 주문했습니다. 나무 받침 위에 유리잔을 올리고 넘치도록 가득 따라주는 ‘모키리’ 방식으로 서빙되어 나왔는데요. 은은한 쌀의 단맛과 깔끔한 풍미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습니다.

■ 셋째 날, 바다 위 거대한 토리이가 있는 미야지마로

히로시마에서의 셋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가장 기대했던 장소인 ‘미야지마(Miyajima, 이쓰쿠시마)’ 섬으로 향하는 날입니다.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거대한 빨간 토리이 사진을 보고 꼭 한번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미야지마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이용한 교통수단은 히로시마의 명물인 ‘노면전차(트램)’였습니다. 도로 위를 자동차와 함께 나란히 달리는 이 전차는 히로시마 시민들의 소중한 발이자, 여행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멋진 관광자원이기도 한데요. 정류장에 서서 서서히 들어오는 전차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낯선 도시에서의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덜컹거리는 전차에 올라타 창밖으로 흘러가는 정겨운 도심 풍경을 감상하며, 본격적인 셋째 날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전차는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외곽 풍경을 보여주며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약 1시간 정도 덜컹거리는 전차 안에서 창밖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덧 종점이자 미야지마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미야지마구치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은은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쳤는데요. 선착장으로 걸어가 미야지마행 페리(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히로시마 패스가 있어서 별도의 매표 과정 없이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배가 출발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 멀리 섬을 바라보니, 드디어 미야지마에 간다는 실감이 나며 마음이 한껏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미야지마 섬 길가에서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슴

페리가 미야지마 선착장에 스치듯 멈춰 서고,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섬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푸른 바다도, 거대한 토리이도 아닌 바로 자유롭게 거리를 거니는 사슴들이었습니다. 이곳의 사슴들은 사람 손길이 익숙한지 카메라를 들이대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가왔는데요.

고즈넉한 섬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슴들을 보고 있으니, 미야지마가 왜 ‘신이 거주하는 섬’이라 불리는지,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지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귀여운 사슴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이제 미야지마의 진짜 하이라이트를 보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미야지마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이쓰쿠시마 신사의 거대한 빨간 대토리이 전경

■ 바다 위에 세워진 신비로운 문, 미야지마 대토리이

사슴들이 있는 거리를 지나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드디어 멀리서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거대한 빨간 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야지마의 상징이자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대토리이(大鳥居)’였습니다.

늘 사진으로만 보며 감탄했던 풍경을 실제로 마주하니 온몸에 가벼운 전율이 흘렀습니다. 마침 제가 도착했을 때는 물이 차오르고 있는 시간대라,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 붉은색 토리이가 신비롭게 떠 있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자연의 파도 속에서도 수백 년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그 웅장함을 바라보고 있으니 왜 이곳이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며, 찾아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의 고요한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대토리이를 배경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사진을 남겼습니다.

■ 다시 도심으로, 셋째 날을 마무리하는 깔끔한 소유라멘

히로시마 여행에서 미야지마의 신비로운 풍경을 마음껏 눈에 담고, 다시 페리와 노면전차를 번갈아 타며 히로시마 시내의 숙소 근처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종일 바닷바람을 맞으며 부지런히 걸어 다녔더니 온몸에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셋째 날의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첫날 먹었던 진한 돈코츠 라멘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소유라멘(간장 라멘)’ 가게를 찾았습니다. 곧이어 맑고 투명한 갈색빛 국물의 소유라멘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습니다. 국물을 먼저 한 모금 마셔보니, 닭 육수 베이스의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과 간장 특유의 은은한 풍미가 입안을 담백하게 채워주었습니다. 기름지지 않고 개운한 국물이 쫄깃한 면발에 촉촉하게 배어있어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갔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따뜻한 라멘 한 그릇 덕분에, 복잡했던 하루의 피로가 깔끔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한 완벽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히로시마 숙소 근처에서 저녁으로 먹은 깔끔한 소유라멘
히로시마 숙소 근처에서 맛본 깔끔하고 감칠맛 나는 간장 소유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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